사라진 '오픈런'…명품 매출도 꺾인다

입력 2023-03-05 17:42   수정 2023-03-13 20:10

연초 유통·식품업황이 예상됐던 궤적을 따라 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백화점 실적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해외명품 소비가 꺾이면서 둔화하는 양상이다.

가공식품 시장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2등, 혹은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제품이 부동의 1위를 꺾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불황형 소비’가 올해 업태를 가리지 않고 충격을 줄 것으로 관측해 왔다.
가까스로 버티는 백화점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의 증가율이 5.0%, 신세계 5.3%, 현대 5.8%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세 곳의 명품 매출은 롯데가 전년 동기 대비 35.0%, 신세계 47.8%, 현대가 20.8% 불어났다.

작년 한 해 주요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명품 매출이 실질적으론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되레 뒷걸음질 쳤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명품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을 길게 서던 ‘오픈런’(사진)도 최근에는 주춤한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던 리빙 부문도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롯데와 현대의 리빙 매출은 각각 5.0%, 3.9% 감소했다. 신세계는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백만~수천만원이 드는 명품과 리빙은 인플레, 자산가치 급락으로 ‘큰손’들마저 사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하늘길이 활짝 열려 해외여행이 급증한 것도 이들에게 쏠렸던 소비를 분산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두 자릿수였던 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롯데와 현대가 각각 5.0%, 4.1%로 주저앉았다. 신세계는 1월에 0.4% 줄어들기도 했다.

백화점들은 그나마 마스크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날씨도 따뜻해짐에 따라 화장품, 패션 매출이 살아나고 있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의 패션 매출은 15.0%, 신세계 17.2%, 현대는 16.3% 늘었다.
흔들리는 가공식품 1위
가성비를 앞세운 가공식품이 비싼 ‘절대 강자’보다 많이 팔리는 이례적 흐름도 백화점 명품·리빙 매출 둔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불황형 소비가 고착화해 그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동원참치캔 판매량이 사조참치캔에 역전당한 게 그런 사례다. 사조참치가 일부 품목에 대해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친 며칠간 벌어진 일이다.

한 봉지에 500원 하는 가성비 라면이 ‘농심 3대장’인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을 제치기도 한다. 홈플러스 PB 짜장 라면 ‘이것이 리얼 춘장 39.6%(이춘삼)’는 작년 12월 출시된 뒤 지난달 27일까지 56만 봉이 팔렸다. 이 기간 홈플러스에서 팔린 라면 중 판매량 1위였다.

이마트 PB인 ‘노브랜드 라면한그릇’도 봉지당 396원이라는 가격을 내세워 지난해 100만 봉이 판매됐다. 1월 한 달간 12만9000봉이 팔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7% 증가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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